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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김정운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 소장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의 사나이.
TV강연을 통해 접한 그의 언어와 표현방식이 마음에 들어 그가 썼다는 책을 찾아보았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같은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도서들 가운데 프롤로그가 무척 마음에 들어 골라든 책이 바로 이 '에디톨로지'였다.
지식과 그 활용이라는 측면에 대한 평소 나의 생각에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좋게 읽어낼 수 있었다.
'에디톨로지'란 '편집학'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용어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식이란 정보와 정보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연결하는 기술정도로 해석되는 것 같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식이란 정보와 정보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연결하는 기술정도로 해석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현대의 지식은 편집 가능해야하며 지식의 편집 능력이 곧 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대사회는 더이상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도서관 지하서고에 갇혀있던 자료를 몇일씩 기다릴 필요도 없고, 다른 언어로 쓰여진 자료를 해석하기 위해 그 언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전세계 논문을 찾아볼 수 있고(단순히 찾는 것 이상의 기능도 제공한다.) 구글 번역기에 붙여넣는 것 만으로 대부분의 언어를 번역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과잉정보는 오히려 현대인의 판단을 흐리고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중요도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권력은 편집자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와 정보와의 관계를 발견하여 해석하고 분해하여 재해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책에는 굉장히 많은 내용이 담겨져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내용이 이리튀고 저리튄다.
이런 방식의 생각하는 방식이 저자가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이기도 하다.
특히 재미있었던 내용을 몇가지 떠올려보면 아래와 같다.
#1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창조는 신의 영역이며 실제로 종교적으로 사용되던 단어였다.
그런 창조라는 거창한 단어를 다른 분야에 인용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목적을 흐리는 단어선택일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서가 신설되었는데 그 이름만으로 목적이 불분명함을 드러내는 듯 하다.
#2
'관점을 바꿔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객관성'으로 이어진다.
관점의 영어표현인 perspective는 '원근법'이라는 뜻이다.
서양미술사에서 '원근법'의 탄생은 곧 '객관적' 시선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원근법은 객관적인 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작가가 임의로 정한 주관적 시선이란다.
그러므로 원근법은 객관적 시선이 아닌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약속한 '같은 방식으로 보기' 이다.
저자는 객관성이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합의의 결과물이라 말한다. 상호주관성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놓고 객관적 시각이라며 우기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지극히 권력적인 행위이다.
무언가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3
#3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시간과 공간을 그저 알 수 없는 것으로 취급하면 그 자체가 공포가 된다.
그래서 인간은 추상적이었던 시간과 공간을 좌표화하여 불안과 공포감을 해소하려 하였다.
저녁 8시10분, 서울시 내방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4
인간은 스스로 편집하여 이해한 지식에 반응한다.
#4
인간은 스스로 편집하여 이해한 지식에 반응한다.
빌게이츠보다 스티브잡스의 연설이 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편집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이다.
빌게이츠의 삶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이며 그의 연설또한 교과서적이다. 그러므로 편집의 여지는 없다.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스티브잡스의 연설은 오만하고 결점 투성이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주체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반면 스티브잡스의 연설은 오만하고 결점 투성이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주체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프로이트가 위대한 학자인 이유도 유사하다.
그의 이론은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편집의 가능성,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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