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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김영하씨의 소설은 혼란스럽다.
이야기에 흐름을 열심히 따라가다 도중에 갑자기 툭 하고 마지막 문장을 던져버린다.
내가 무엇을 놓친건가? 하고 바로 이전 페이지를 그리고 그 이전 페이지를 그러다가 결국 책의 첫장부터 다시 들추어 보게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결핍되어 있으며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묘사 하나하나는 곧 자살해도 어색하지 않을 등장인물들을 만들어 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형제 C와 K.
클림트의 그림 유디트를 연상시키는 여인 세연.
홍콩에서 온 여자.
행위 예술가 미미.
그리고 죽음을 돕는자.
전혀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의 매우 이성적인 대화.
어느 누구 하나 제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지만 순간순간 내자신을 떠올리게 만들어 소름이 돋는다.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어차피 패는 처음에 정해지는 것이다. 내인생의 패는 아마도 세 끗쯤 되는 별볼일없는 것이었으리라. 세 끗이 광땡을 이길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적당히 좋은 패를 가진 자들이 허세에 놀라 죽어주거나 아니면 두 끗이나 한 끗짜리만 있는 판에 끼게 되거나. 그 둘 중의 하나뿐이다. 그래봐야 그가 긁을 수 있는 판돈이란 푼돈에 불과하다. 어서어서 판이 끝나고 새로운 패를 받는 길.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세 끗이라도 좋다. 승부가 결판하는 순간까지 나는 즐길 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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